여행 기자의 사심 담긴 부산 여행지
승인 2021. 08. 13 07:50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1등 도시가 있을 것 같다.
여러 번의 여행을 마친 후 취향, 일정, 비용,
도시의 문화 등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곰곰이 생각하면 특별히 정이 가는 곳이 있다.
내게는 ‘부산’이 그런 곳이다.
부산은 해운대, 광안리와 송도 등 해수욕장이 있고, 서울에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한 도심도 있다. 또 옛 정취가 짙은 동네도 여럿 있다. 그렇다 보니 몇 번을 가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심지어 몇 번 갔던 공간이라도 말이다. 이번에는 부산 지하철 1호선을 활용해 닿을 수 있는 사심 여행지를 소개한다.
부산역 근처에서 머물 경우, 부산다운 풍경을 보기 위해 매번 찾는 곳이 있다. 남포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이다. ‘무슨 백화점을 가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남포동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로, 이곳의 옥상 정원은 부산 중구를 조망하기에 꽤 적합한 전망대다.
잘 꾸며진 정원에서 부산항대교와 부산대교, 영도대교 등 청량감 넘치는 부산의 모습이 펼쳐진다. 시원한 바닷바람도 여행의 흥을 더해준다. 반대로 고개를 돌리면 용두산공원 사이로 우뚝 솟은 부산타워가 보인다. 시선을 아래로 옮기면 남포동과 광복동 인근의 대로와 골목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주말에는 여전히 많은 행인이 오가며 생기를 뿜어낸다.
아래로 내려가면 영도대교가 기다린다. 영도로 넘어갈 때 종종 이 다리를 걸어서 건너기도 한다. 짧아서 부담이 없고, 자갈치시장도 볼 수 있다. 저녁에는 왠지 모르게 자유로운 느낌마저 든다. 한창 많이 걸을 땐 영도대교를 건너 영도에 있는 삼진어묵을 먹고 영도 골목을 누비기도 했다.
저녁에는 주로 불빛이 화려한 BIFF거리나 부산항대교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광복로 패션거리, BIFF거리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또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이 거리의 저녁 모습은 사뭇 다른 표정이다. 포장마차에 달린 전구의 불이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마치 축제를 벌이는 것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좁은 골목 한편에 자리 잡은 작은 포장마차에 앉아 할머니가 말아주는 우동과 국수를 먹는 재미도 특별하다.
부산항대교 일대의 야경은 청학동 해돋이마을에서 제대로 볼 수 있다. 지하철 자갈치시장역이나 남포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높은 언덕과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면 영도 중턱에 다다른다. 그리고 5~10분 정도 더 올라가면 되는데, 이런 곳에 전망대가 있을까 싶지만, 묵묵히 걸으면 된다.
영도에서 가장 높은 곳이 아닐까 생각되는 지점까지 올라오면 부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해돋이 전망대를 마주한다. 날이 좋은 오후에는 부산항대교, 부산항뿐만 아니라 오륙도까지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해가 저물었지만, 칠흑 같은 어둠이 오기 전이다. 하늘은 짙은 남색이고, 부산항과 부산항대교에는 불빛이 들어오는 그런 순간이다. 그냥 눈으로 봐도, 사진을 찍어도 어두운 파란색이 부산을 감싸는데, ‘이렇게 근사한 야경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영도의 여러 카페에서 비슷한 풍경을 볼 수 있다고 반박할 수 있겠지만, 부산항대교를 중앙에 두고 사진을 찍거나 건물에 가려지는 부분 없이 깨끗한 부산 풍경을 즐기려면 이만한 곳이 없는 것 같다. 또 해가 지기 전에 일찍 와서 마을 곳곳에 있는 벽화를 구경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는 보너스다.
이제 인증샷 명소와 입맛을 깨울 때다. 부산 바다는 최고의 포토 스팟이지만, 부산진역에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정란각도 만만하지 않다.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정란각은 1943년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인데 지금은 ‘문화공감 수정’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2층 가옥은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어 사진을 찍게 만드는데, 가수 아이유의 ‘밤편지’ 뮤직비디오 촬영지로도 활약했다.
이제 진짜 밥 먹을 시간이다. 서면에는 전포카페거리가 유명하지만, 요즘에는 NC백화점 맞은편도 힙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식 마제소바와 아부라소바 등으로 유명한 칸다소바, 에스프레소 바 주마등, 딸기 메뉴로 인기 있는 어라이크커피 등 다양한 매력의 가게가 있다.
햄버거로 유명한 버거샵도 빠트릴 수 없다. 빵과 고기 패티, 카라멜라이즈 양파, 치즈로 만든 심플한 버거와 토마토, 양상추, 패티로 맛을 낸 클래식 버거도 점심으로 딱이다. 미국의 한 거리에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가게가 서면 뒷골목에 있으니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디저트는 부산교대역에 있는 보느 파티쓰리가 단연 돋보인다. 아주 작은 가게지만 맛은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피낭시에와 마들렌 등 프랑스 구움과자를 비롯해 화려한 케이크가 쇼케이스를 밝히고 있다. 케이크 종류는 자주 바뀌기 때문에 몇 번을 가도 새로운 맛의 보느파티쓰리를 만날 수 있다.
여행에서 저녁 식사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약간의 음주다. 훌륭한 가성비의 소주집을 한 곳 소개한다. 부산진역 근처에 있는 명성횟집이다. 부산의 유명 노포(오래된 가게) 중 한 곳으로 회백반과 오뎅백반은 한 번쯤 먹어봐야 한다. 특히 어묵, 두부, 유부 주머니, 소힘줄(스지), 낙지, 양배추 롤, 계란 등 푸짐한 오뎅탕이 압권이다. 부산 시민들도 퇴근 후 하루의 피곤함을 풀기 위해 이곳에서 모이는데 생선회+오뎅탕 메뉴를 많이 선택하는 것 같다.
글· 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