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중심, 그리고 100년 호텔
승인 2021. 08. 20 07:00여행과 쇼핑, 비즈니스의 중심지 ‘중구’
덕수궁부터 돌담길, 서울시청 광장,
그리고 100년 호텔에서 특별한 호캉스까지.
서울의 가운데를 여행한다.
지방에서 서울로 처음 놀러 왔을 때가 기억난다. 보통 작은 지방 도시, 심지어 광역시라 하더라도 ‘시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곳이 있는데, 서울은 이러한 개념이 통하지 않았다. 즉, 서울 안에만 해도 여행할 곳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첫 서울 여행이라면 광화문과 중구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한국의 모습을 보고, 강남구와 송파구에서 고도로 발전된 서울을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번에는 덕수궁과 서울시청 광장, 그리고 100년 호텔을 만나러 간다.
우리 같이 걸을까
덕수궁·서울광장
서울에서 걷기 좋은 길 하면 떠오르는 몇 곳이 있는데, 덕수궁과 덕수궁 돌담길도 그중 하나다. 광해군, 고종 등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덕수궁은 경복궁과 창덕궁과 비교해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걷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정문 격인 대한문으로 들어와 중화전, 석조전, 석어당, 정관헌 등으로 크게 한 바퀴 돌면 좋다.
특히 덕수궁 유일의 목조 건물이자 선조가 1608년 2월 승하한 곳으로 추정되는 석어당에서 석조전을 함께 보는 풍경이 이색적이다. 유럽풍의 석조전과 한국적인 목조 건물이 어울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대를 경험하는 느낌이다. 마지막에는 궁 내 돌담길이라는 카페에서 작은 연못을 보며 커피 한잔을 하는 것도 좋다.
밖으로 나가 덕수궁 돌담길을 차분히 걷고, 을사늑약이 체결된 중명전을 구경해야 한다. 서양식 건물인 중명전은 역사적 이벤트 외에도 외국인클럽 등 민간 영역에서 활용되기도 했다. 연예인 화보 촬영 등의 장소로 이용돼 일반인에게도 익숙하다. 아치형 창을 활용해 인생샷을 찍을 수 있으니 도전해보자.
덕수궁에서 신호등만 지나면 서울시청 광장이다. 횡단보도를 그냥 건너지 말고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이순신 장군 동상부터 경복궁, 청와대까지 서울다운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광장에 들어서면 I SEOUL U 조형물이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도 서울을 추억하기 위해 인증샷을 남기는 공간이다. 초록 잔디밭을 거닐고 옛 서울시청, 현 서울도서관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100년의 헤리티지
웨스틴 조선 서울
서울 중구에는 한국 호텔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곳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서울, 웨스틴 조선 서울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고(最古)의 호텔은 웨스틴 조선 서울이다.
1914년 지금의 자리에 ‘조선호텔’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품격 높은 사교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1924년 오픈한 국내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 ‘팜코트’에는 당대 핫한 남녀들이 찾던 유일무이한 사교의 장이었다고 한다. 또 국내에 시저샐러드와 에스카르고를 처음 소개하고, 캐비아를 유행시킨 곳이기도 하다.
1970년 지금과 비슷한 모습으로 재개관했으며, 1996년 10월 기네스 협회로부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로 인정받았다. 100년의 헤리티지를 간직한 웨스틴 조선 서울은 오랜 시간이 무색하게 여전히 세련되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식가를 사로잡는 레스토랑 등이 갖춰진 최고의 호텔 중 하나다. 비즈니스와 여행, 쇼핑 등 다양한 목적으로 서울을 찾는 이들에게 최적의 공간이다.
1박2일 짧은 숙박만으로도 이 호텔의 가치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여러 종류의 객실이 있지만, 이곳을 충분히 즐기려면 이그제큐티브 객실을 추천한다. 넉넉한 크기의 객실인데, 극상의 편안함을 제공하는 웨스틴 헤븐리 베드(침대) 외에도 편안한 소파, 업무를 볼 수 있는 책상 등이 추가로 있다. 욕실 크기도 충분하다. 게다가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이용도 빠트릴 수 없는 혜택이다. 오후에는 마카롱, 쿠키 등을 곁들인 티타임, 저녁에는 각종 주류와 술을 부르는 안주를 즐길 수 있는 해피아워가 있다.
조식의 경우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또는 뷔페 레스토랑에서 즐길 수 있다. 특히 아리아는 서울 3대 호텔 뷔페로 이미 유명세가 상당한데, 아침 식사도 훌륭하다. 푹신한 질감과 달콤함이 매력적인 프렌치토스트와 크루아상, 데니쉬 등 베이커리류가 특히 좋다. 오믈렛, 우동, 딤섬, 수제 소시지, 신선한 샐러드 등 든든한 아침을 위한 메뉴가 기다리고 있다.
수영장과 사우나, 체련장(GYM)도 빠트리지 말자. 에코 프렌들리(eco-friendly) 콘셉트로 구성된 각 공간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호캉스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하늘이 보이는 수영장과 자연 채광을 맞으며 운동할 수 있는 체련장, 그리고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사우나까지 알찬 호캉스의 도우미가 될 것이다.
여름 시즌이라면 라운지&바의 특별한 빙수도 추천한다. 호텔업계의 빙수 전쟁이 치열한데 웨스틴 조선 서울의 수박, 멜론, 애플망고 빙수도 맛과 예쁨 등 모든 면에서 수준급이다. 선별한 과일의 높은 당도를 바탕으로 달콤하고, 시원한 입안의 행복을 선물한다.
호텔에서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호텔 바로 앞 환구단을 찾아보자. 고종이 1897년 황제에 즉위하면서 건설한 이곳은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드리는 곳이다. 황단 또는 원구단, 원단이라고도 불린다. 제사를 지내는 3층의 원형 제단과 하늘신의 위폐를 모시는 3층 팔각 건물 황궁우, 돌로 만든 북과 문 등으로 환구단은 구성돼 있다. 나인스게이트와 라운지&바에서 식사하며 황궁우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객실에서도 황궁우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글· 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