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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낭만과 여유가 흐르는 담양

by 이성균 승인 2021. 09. 17 07:30


조선의 문학 감성이 흐르는 담양.
500년의 시간을 흔적을 따라
천천히 걸었고, 서서히 스며들었다. 

담양은 가사문학의 중심 지역이다. 사진은 한국가사문학관

담양은 느림의 미학이 돋보이는 여행지다. 창평 슬로시티는 물론 죽녹원, 관방제림 등도 자연과 오랜 시간이 천천히 빚어낸 공간이다. 여기에 예술적 감수성도 풍부한 지역이다. 조선 가사문학의 중심 지역인데, 송강 정철과 송순 등이 담양에 머물며 자연과 낭만을 노래했다.

이번에는 그들이 심취했던 담양의 아름다운 공간들을 찾았다. 가사문학면의 소쇄원, 식영정, 그리고 가사문학을 담은 한국가사문학관이 주인공이다. 이와 더불어 가사문학권 여행지로는 면앙정, 송강정, 명옥헌, 독수정 등도 있다.

가사문학의 보고
한국가사문학관

담양은 아름다운 자연과 수많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다음 세대로 전해준 유서 깊은 고장이다. 게다가 주옥같은 시문이 창작된 곳이기도 하다. 특히, 고려 말 시작된 가사문학에 있어서는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가사문학관에서는 탁본 체험도 가능하다

가사문학은 4음량 4음보의 리듬을 지녀 한국인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라고 한다. 조선시대 때는 사대부는 물론 서민, 부녀자까지도 가사를 창작했는데 양반가사, 서민가사, 규방가사 등이 있다. 담양에서 지어진 가사작품은 전체 18편으로 우리말의 자유로운 사용, 구성의 치밀함, 남도 특유의 낭만적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송강 정철의 시문집 ‘송강유고’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관동별곡’, ‘사미인곡’, 이서의 낙지가등이 있다. 이러한 가사문학의 전통을 계승, 발전하는 곳이 한국가사문학관이다. 가사문학 작품, 작가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정철, 임억령, 김성원 등의 귀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서도 정철의 시문집, 친필유묵, 송순의 분재기등이 가장 눈에 띈다.

한국가사문학관
전라남도 담양군 가사문학면 가사문학로 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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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역사의 현장
식영정 일원

가사문학관에서 5~10분 정도만 걸으면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 탄생에 기여한 식영정과 서하당 등을 만날 수 있다. 동네 공터 같은 곳에 있어 처음엔 의아했는데, 조선시대의 건축물인 서하당과 부용당을 보면서 제대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 관광지처럼 관리된 공간이 아닌 덕분에 오히려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식영정 일원에 있는 부용당과 서하당

서하당유고의 행장에 따르면, 단층 팔작집(한식 가옥의 지붕 구조)인 식영정과 서하당은 1560년에 지어졌다. 명종 15(1560) 서하당 김성원이 창건해 장인인 석천 임억령에게 증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특히, 송강 정철은 식영정과 송강정 등 성산 일대의 자연경관을 벗 삼아 성산별곡을 지었다. 원래 식영정 외에도 방조추, 조대, 서석대 등이 있었으나 광주호가 생기면서 일부는 물에 잠겼다고 한다. 식영정과 서하당 외에도 1973년 송강집의 목판을 보존하기 위한 장서각을 건립했으며, 1972년에는 부용당, 성산별곡 시비가 건립됐다.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당
식영정
전라남도 담양군 가사문학면 가사문학로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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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곡리 123번지의 원림
소쇄원

죽녹원과 함께 담양의 랜드마크를 담당하고 있는 '소쇄원', 지곡리 123번지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대표적 민간 원림이다. 원림을 정원과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사뭇 다르다. 도심 속 주택에서 인위적인 조경작업을 통해 동산의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정원, 숲의 자연 상태를 그대로 조경으로 삼은 게 원림이다. 원림은 자연에 순응한 형태다.

자연과 하나된 공간, 소쇄원

소쇄원은 조선시대 문인 양산보(1503~1557)가 자연과 더불어 살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이름은 자신의 호 소쇄옹에서 비롯됐는데,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에는 배롱, 매화, 소나무, 동백, 국화 등의 수목이 있으며, 작은 폭포까지 있다.

광풍각, 제월당, 대봉대 등에서 신선한 정취를 선비처럼 만끽할 수 있다. 자연과 여러 건축물이 어우러져 신비한 느낌도 자아내는데, 이러한 환경에 영감을 받아 많은 학자가 창작활동, 학문 토론 등을 했다고 한다. 소쇄원이 선비정신의 산실인 셈이다.

소쇄원은 대나무로 가득한 비밀의 숲 같다

다만, 소쇄원에는 마냥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양산보의 스승 조광조가 정치적 음모에 의해 사망하자 출세의 뜻을 포기하고 은둔처로 사용하기 위해 건립한 아픔이 있기도 하다. , 우리가 만나는 지금의 소쇄원은 양산보의 5대손 양택지에 의해 보수된 모습이다.

소쇄원
전라남도 담양군 가사문학면 소쇄원길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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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연속성
그림이 있는 방앗간

광주댐의 물줄기가 흐르는 작은 개천을 따라 각양각색의 카페들이 있다. 이니셜 ㄱㅇㅂ, 그림이 있는 방앗간 는 가사문학면의 어떤 카페와 비교해도 본인만의 매력이 뚜렷한 곳이다. 1969년 방앗간으로 활용됐던 이 공간은 쌀과 보리 등 우리의 밥상을 책임져 왔는데, 1998년부터는 우드 톤의 따뜻함을 담은 카페로 여행자들을 맞이했다.

방앗간 건물을 개조해 카페로 활용한 그림이 있는 방앗간

게다가 방앗간의 흔적도 찾을 수 있다. 도정 시설들이 고스란히 남아 카페와 멋진 호흡을 보였다. 커피는 물론 빙수, 대추, 생강차 등의 손수 만든 차, 에이드 등 다양한 마실 거리가 있으며, 케이크와 빵 등 심심한 입을 채워주는 먹거리도 있다. 여러 곳을 천천히 둘러봐야 하는 담양 여행에서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공간이다. 편안한 좌석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더 많은 담양의 모습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방앗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림이있는방앗간
전라남도 담양군 가사문학면 가사문학로 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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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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