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잇는 대전 여행법
승인 2021. 10. 06 07:20대전 여행에 새로움이 더해졌다.
충청도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섰고,
78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홍범도 장군님 참배도 가능하다.
물론, 꿈돌이와의 만남도 반갑다.
충청도 사람들 다 모였다
노잼 도시 대전에 재미의 신세계가 열렸다. 8월27일 대전뿐만 아니라 충청도민의 시선을 사로잡은 신세계 백화점 아트앤사이언스(Art&Science)가 개관했다.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중부권 최대 규모 백화점으로, 영업면적은 9만2876㎡(약 2만8100평), 8층으로 구성돼 있다. 또 193m 높이의 엑스포타워도 있는데,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함께한 호텔 오노마, 전망대, 스타벅스 등의 시설이 있다.
백화점의 주요 공간은 이탈리아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베로나 스트리트와 하늘과 맞닿은 쉼의 공간, 하늘 공원, 전국 맛집을 모은 한밭대식당, 대전 브랜드 홍보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과 함께 만든 과학관 ‘신세계 넥스페리움’,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스포츠 몬스터’,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아쿠아리움 등이 있다. 특히, 지하 1층과 베로나 스트리트를 채운 맛집들은 대전 시민들을 넘어 충청도민들의 발길을 오픈 직후부터 사로잡았는데, 8월27~28일에만 각각 5만여 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또 아트 부분을 담당하는 갤러리도 빠트릴 수 없다. 12월5일까지 ‘빨간 망토: 소녀는 왜 숲을 거닐었나?’ 전시를 진행하는데, 수백 년간 구전된 유럽 민담을 국내 작가들과 디자이너들의 상상력으로 재해석됐다. 빨간 망토 소녀가 걸었던 숲, 소녀의 눈에 비친 세상 등을 색다른 시선으로 표현했다.
백화점 바로 옆으로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의 상징 한빛탑(93m)이 있다. 한빛탑은 ‘하나의 빛’, ‘한밭(대전)의 빛’, ‘영원한 빛’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세계박람회에서는 ‘지혜로운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와 미래를 잇는 한 줄기의 빛’이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방문했을 당시 그저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방문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주말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많이 찾아 생기가 가득했다. 한빛탑이 있는 엑스포과학공원은 한빛광장, 음악분수, 첨단과학관, 세계엑스포기념박물관 등의 시설도 있다.
특히, 한빛광장은 물이 얕게 채워져 있는데 이 공간을 아이들이 누비고 다닌다. 첨벙첨벙 소리를 내고, 까르르 웃어 대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여기에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한빛탑을 배경으로 음악분수 공연이 있고, 오후 9시와 10시에는 한빛탑 미디어파사드와 음악분수가 합쳐진 화려한 쇼를 볼 수 있다. 또 당분간(9월 기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한빛탑에 올라 갑천과 한밭수목원을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참, 신세계 백화점이든 한빛탑이든 곳곳에 꿈돌이가 있으니 인증 사진을 남기는 것도 대전 여행의 소소한 재미다.
감격스러운 영웅의 귀환
신세계 백화점 아트앤사이언스와 한빛탑 일대에서 대전의 과학, 복합문화시설을 제대로 즐겼다면 이제 역사 여행이다. 올해 8월15일 광복절에 홍범도 장군이 귀향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홍범도 장군이 안치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직접 참배하고, 대전의 자연을 걸어볼 때다. 대전현충원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13만7,000여 위가 영면해 있는 보훈의 성지다. 최규하 전 대통령,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천안함46용사 묘역 등이 있으며, 최근 만주 대한독립군 총사령군인 홍범도 장군은 독립유공자 제3묘역에 안치됐다.
학창시절 책으로만 봤던 독립군 최대의 승전 기록인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의 주인공 홍범도 장군을 이렇게나마 뵐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 됐다. ‘애국지사 홍범도의 묘’라는 비석이 다른 비석과 비교해 유독 커 보였지만, 순국 78년 만에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대전현충원에 방문할 수도 있지만, 현충원을 걷다 보면 잘 조성된 공원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현충원의 자연 생태계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보훈둘레길도 준비돼 있다. 2007년 빨강길로 시작해 현재 보라길까지 7가지 코스가 준비돼 있으며, 총 길이는 10.04km다. 대전현충원 위치 자체가 계룡산의 맥을 이어받은 이상적인 명당으로 알려진 만큼 둘레길을 걸으며 좋은 기운을 받아갈 수 있다. 다람쥐, 사슴, 딱따구리 등의 동물과 마주할 수도 있으며, 소나무, 잣나무, 화백나무 등 사계절 푸른 나무 속에서 힐링 여행이 가능하다.
또 단풍나무가 있어 가을에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은방울꽃, 하늘말라리, 구절초 등 들꽃도 있다. 이런 자세한 식물 이름을 모르더라도 괜찮다. 둘레길뿐만 아니라 현충원을 조금만 걸으면 잘 가꿔진 조경의 매력에 금세 빠지게 될 테니 말이다.
좋은 여행을 위한 작은 팁이 있다. 대전현충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사진 공모전의 입상작을 볼 수 있는데 현충원 사계절이 잘 표현돼 있다. 사진을 보고 방문 시기를 결정하면 좀 더 만족도 높은 여행이 될 것이다.
글 ·사진 이성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