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이제 비행기로 더 가깝게 만나요
승인 2021. 08. 19 07:40
목적지로 가는 것도 여행이라고 하지만
좀 더 빨리 만날 수 있으면 그것도 좋잖아요.
남도의 먼 땅, 여수
이제 비행기로 한 시간 만에 만나봐요.
하늘에서 본 다도해
국내여행의 모습은 코로나19로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캠핑의 인기가 늘고, 차박은 아예 여행의 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하나가 있다. 지상 교통수단보다 비교적 방역에 걱정이 덜하고, 이동 시간도 짧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저비용항공사(LCC)가 위기 타개를 위해 여수, 포항, 대구 등 내륙 노선의 항공권을 지금도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KTX보다 훨씬 저렴하게 말이다. 이 덕분에 김포-여수 노선을 이용한 올해 여행자는 작년 상반기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비행기로 여수를 여행하면 아주 특별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상공에서 오동도부터 여수의 중심 관광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파란 하늘과 바다, 여수가 조화를 이뤄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또 여수공항에서 이순신광장까지 버스로 40~50분 정도 걸리는데, 이때 관광지로써 여수의 모습이 아닌 여수의 일상 모습을 구경할 수도 있다.
걸어서 여수 속으로
이순신광장, 종포해양공원, 낭만포차 등 여수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는 중앙동과 종화동에서 시작해 오동도, 남산동까지 1박2일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중간에 여수해상케이블카는 꼭 타고 말이다.
여행지로 유명한 도시를 가면 꼭 브뤼셀의 그랑플라스처럼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광장이 있다. 여수에서는 이순신광장이 그러한 역할을 한다. 한가한 오후를 맞아 사람들은 이곳에 나와 시간을 보낸다. 주변 상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또는 햄버거 같은 먹거리를 사서 가족, 친구들과 나누기도 한다. 이런 일상에 섞여 여수의 삶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
여수 연안 여객터미널과 수산물 특화시장으로 발길을 옮겨도 마찬가지다. 여수의 삶을 오롯이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며 여행지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중간중간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수의 자연 풍경도 보고 말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조금 비밀스러운 동네에 닿게 된다. 온통 주황색 지붕을 가진 남산동 65번지 근처다. 쭉 아래로 내려가면 맑고 맑은 바닷물을 가진 작은 해변도 있다. 외로이 떠 있는 장군도를 바라보며 사색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여수를 여유롭게 여행하는 방법이다.
동네 한 바퀴를 이어가고 싶다면 고소1004 벽화마을과 허영만 화백의 만화가 그려져 있는 고소동 벽화 갤러리를 찾아도 좋다. 또 고소동은 특색 있는 카페가 많아 여행을 한 박자 쉬어 갈 수도 있다.
고소동 투어를 마쳤다면 여수의 랜드마크 오동도에서 노을을 만끽해보자. 첫 여수 여행이 아니라면 오동도를 한 번쯤 가봤겠지만, 햇빛이 누그러지는 시간대의 색다른 매력이 있다. 맑은 날 오동도에서 바라보는 여수 바다와 산책로도 좋은데, 부드러운 빛이 오동도를 감싸는 순간도 만만치 않게 매력적이다.
해가 지고 저녁이 드리울 무렵, 또 가야 할 곳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타야 할 게 있다. 해상케이블카의 통창을 통해 주황, 보랏빛 하늘과 함께 돌산대교를 감상하는 일정도 필요하다. 화창한 여수의 얼굴을 볼 때와 다르게 묘한 감정이 느껴지고, 여행의 설렘을 하루 끝까지 이어지게 하기 때문이다.
백반에 담긴 남도의 맛
전라도는 한국의 식탁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식문화가 발달한 지방이다. 여수 또한 게장, 선어회, 갯장어 샤브샤브 등 특별한 메뉴가 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지역색이 짙은 음식뿐만 아니라 국밥, 수육 등이 포함된 백반도 마찬가지다.
아침 겸 점심으로 찾았던 서울해장국은 푸짐함과 맛을 모두 잡은 식당이다. 간판에 사장님 얼굴 사진이 떡하니 있으니 믿음이 더 간다. 선지해장국과 김치찌개, 콩나물국밥, 순두부찌개, 우거지찌개를 판매하는데 아무 거나 시켜도 다 만족할 것이다.
콩나물국밥은 전주와 조금 다르다. 건새우를 넣어 해산물의 시원함이 특징이다. 이 집의 매력 포인트는 2개씩 주는 계란프라이다. 평범한 계란이지만, 후한 인심에 웃음이 나온다. 본격적인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에는 현지인과 여행자들이 모여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진짜 백반집의 모습이었다.
조금 더 세련된 밥상을 받으려면 여수해양공원 뒤편에 있는 길언니 식당을 찾아도 괜찮다. 새우장, 양념게장, 보쌈, 간장게장 정식을 1인 밥상으로 차린다. 정갈하게 담긴 모습이 식욕을 돋우고, 양념을 남도식으로 적극적으로 써 따뜻한 흰쌀밥과 궁합이 좋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해양공원을 지나 종화동 방파제까지 거닐며 여수의 따스한 햇살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글· 사진 이성균 기자